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자동차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지난 몇 년간 바이든 정부가 쏟아부었던 친환경 정책들이 줄줄이 폐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자동차 업계를 가장 긴장시킨 건 바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였다.
바이든 시절,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며 전기차 보급을 밀어붙였다. 이 덕분에 테슬라는 물론이고, 유럽 브랜드들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생산 계획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이 모든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고민에 빠졌다.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기업들은 전기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제 전기차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투자 계획을 수정해야 할까? 아니면 일단 기다려 봐야 할까?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왜 문제가 될까?
전기차 시장은 아직 ‘보조금’이 큰 역할을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고, 충전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전기차보다 석유와 가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은 전기차보다 더 강력한 내연기관차를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취임하자마자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추진했다.
결과는 뻔했다. 7,500달러의 혜택이 사라지자,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기차가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없는 상태로는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이제 어떻게 하지?
트럼프의 정책 변화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내 전략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원래대로라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이제는 그 방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BMW: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투자, 다시 생각해야 할까?
BMW는 원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전기 SUV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BMW 내부에서는 "생산량을 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BMW는 영국에 1조 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는데, 이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예상보다 낮아진다면, 영국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다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VW): 내연기관차를 다시 늘려야 하나?
폭스바겐은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전기차 ID.4를 생산하고 있다. 원래는 전기차 라인업을 점점 늘려갈 계획이었지만,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둔화가 확실해지면서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2024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이제 트럼프의 정책 변화로 인해 이 전략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라인업 축소할까?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전기차 EQ 시리즈를 생산 중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축소하고 내연기관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병행 생산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내 전기차 투자도 줄어들까?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유럽 내에서도 전기차 투자를 줄여야 할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전환 일정을 미루고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반격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을 늦추는 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빠르게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BYD, 지리(볼보 포함), 니오(NIO) 같은 중국 업체들은 유럽보다 전기차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만약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면, 유럽 자동차 업계는 향후 5~10년 내에 심각한 경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결론: 유럽 자동차 업계, 전기차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유럽 자동차 회사들에게 전기차 전략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 미국에서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국 내 투자 전략을 바꾸게 만들었다.
- 유럽 내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연기관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 하지만, 이런 변화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어 유럽 브랜드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자동차 산업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 시대, 정말 예상대로 흘러갈까?